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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hodology/methodology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 :

행위자들이 형성해가는 네트워크와 그 변화를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방법론(Latour, 2005)으로 객관성에서 벗어나 행위자들이 사회적-자연적인 것 사이에서 연결되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어떻게 관계를 맺고 활동하는지를 알아본다. 비슷한 네트워크 분석 방법론인 사회 네트워크 방법론과의 차이점은 사회 네트워크 방법론이 네트워크의 중심점을 찾으며 논리를 전개하는데 비해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은 이런 중심점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과 비인격 개체를 노드로 설정하는 점이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은 근대성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하였다. 주요 학자로 브루노 라투르(Bruno Latour), 미셸 칼롱(Michel Callon) 존 로(John Law) 등이 있고 이들은 1970년대의 '과학지식사회학(Sociology of Scientific Knowledge: 과학적 지식이 순수한 자연 관찰의 산물이라기보다는 과학공동체의 협상의 결과라는 주장)’에 기반하여 ‘과학기술사회학(Science Technology Sociology, STS)’, ‘과학인문학(Humanités Scientifiques)’ 등으로 방법론을 전개하고 있다.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은 어떤 현상이 생산되고 퍼져가는 복잡한 방식을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 아닌 '현상이 구성되는 과정'으로 보고 이렇게 구성되는 사회적 매커니즘을 밝히고자 한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에서 행위자는 인간뿐 아니라 비인격적 대상인 무생물도 포괄하는데 무생물에는 설계, 표준, 표본 등 물리적 실체가 없는 대상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기술은 인간의 행동을 바꾸는 점에서 비인간적 행위자라 할 수 있다. 하나의 행위자는 또다른 행위자와 연결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이런 관계를 바탕으로 현싱을 이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가 들고 있는 총과 B가 들고 있는 총은 그 맥락이 다르며 총은 누구에게 쥐어지느냐에 따라 그 방향이 달라진다. 다양한 행위자들이 연결되면서 각 행위자의 특성은 고정되거나 환원되지 읺고 맥락 속에서 파악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본질을 추구하는 모더니즘의 사고와는 다른 접근이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은 모더니즘의 이분법에서 배제되었는 하이브리드한 영역을 발견하고자 하며, 이런 영역이야말로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세상에 가까울 것이다. 또 하이브리드적 존재들이 또다시 서로 연결되며 형성하는 거대한 네트워크 속에서 단절과 구분은 더욱 무의미해진다. 앞으로 다가올 세계 역시 하이브리드적 세계일 것이다.

 


 

개념

행위자-연결망 이론의 핵심 개념에는 ‘일반화된 대칭성의 원리’, ‘인간-비인간 동맹’, ‘번역’, ‘블랙박스’, '준대상' 등이 있다.

 

먼저 '일반화된 대칭성의 원리'란 과학적 사실이든 사회적 담론이든 이를 있는 그대로 보려면 이런 합의가 있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발생 시기에 어떠한 모습이었는지를 대칭적 원리, 곧 공평한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과학지식사회학의 극단으로 가면 결국 실재란 알 수 없으며 인간 의식의 산물일 뿐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개념이다. 하나의 현상이 어떤 지식으로 안정화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곳에는 현상의 행위자들만이 존재하므로 거기서부터 행위자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현상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런 네트워크가 '인간-비인간 동맹'으로 현상을 발생시키는 행위자들의 집합체인 것이다.

 

'번역'이란 이러한 인간과 비인간의 연합에서 어떠한 것이 '사실'이나 '담론으로 안정화되는 과정을 말한다. '번역'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인간-비인간의 네트워크에 내포된 것을 은폐하거나 증폭시키는 활동으로 번역을 통해 현상은 정제되고 나아가 질서나 상식으로 안정화되어 헤게모니를 획득하는 것이다.

'블랙박스'란 현상이 번역된 형태로 실제 현상의 하이브리드적 영역을 배제시키고 단순화시켜 받아들이는 일종의 틀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개념을 극복해나가는 것이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의 지향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라투르는 '준대상'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준대상'이란 이분법 사이, 하이브리드적 영역을 말하는 것으로 일종의 매개자이다 하지만 '준대상'은 구체적인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들의 연합이 형성하는 구체적인 배치 관계에 가깝다. 모더니즘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라투르는 인간-비인간 동맹을 살펴보며 지식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 변화의 면면, 인간과 비인간의 얽히고 설킨 연결을 분석해 지식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라투르,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의 그림을 바탕으로 재구성

 

 


방법론으로 활용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을 방법론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알고자 하는 대상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태동 단계에서 인간-비인간 집합체의 행위를 추적해 지도를 그려보는 일이 필요하다. 인간-비인간의 연합, 행위자-네트워크에서는 그리는 네트워크의 규모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번역되어 정제된, 블랙박스화된 지식들 사이의 하이브리드 영역을 보려면 어느 하나의 관점, 어느 한 중심으로 보는 것은 불완전한 시각이다. 더 많은 행위자들 간의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것에 이 방법론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상의 태동기를 총괄적으로 다루는 일은 쉽지 않기때문에 현재로선 구체적인 사례를 미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설명하는 방법론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노드들 간의 연결에 중점을 두다보니 각 노드의 본질적 속성, 차이를 놓칠 수 있다는 맹점도 있다.* 이준석과 김연철은 객체지향존재론으로 이를 보완하고자 한다. 그들은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의 노드들을 특성에 따라 클러스터링하고 각 클러스터의 교집합과 속성이 위임되는 네트워크를 통해 현상을 살펴본다. 예를 들어 교통경찰이라는 클러스터 안엔 교통경찰이 가진 다양한 속성이 포함되고 마찬가지로 과속방지턱에도 과속방지턱의 역할, 형태, 체계 등 여러 속성이 포함된다. 그 중 운전자가 과속하지 못하게 하는 속성이 이 두 클러스터의 교집합이며 교통경찰이 자신의 속성을 과속방지턱에게 위임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라투르의 연구에서도 이러한 관점을 엿볼 수 있다. 라투르는 1988년 ANT를 활용해 파스퇴르 사례를 연구한다. 이준석과 김연철은 이를 객체지향존재론과 결합한 도식으로 분석하는데, 이렇게해도 라투르의 연구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이준석, 김연철 (2019). 사회이론의 물질적 전회(material turn): 신유물론(new materialism), 그리고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과 객체지향존재론(OOO).

 

 

클러스터1 파스퇴르는 각 네트워크의 중심이자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의 의무통과점(obligatory passage point)이다.** 클러스터5는 문제가 되는 탄저균으로 클러스터6인 가축과 교집합을 형성해 가축을 감염시킨다. 클러스터1인 파스퇴르는 과학자 동료(클러스터2), 과학적 도구(현미경 등, 클러스터3), 과학 이론 및 연구(클러스터4)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백신을 제조하고 목장주(클러스터7)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탄저균을 정복한다.*

 

이 구조는 다소 단순화한 구조이지만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의 개별 노드를 좀 더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점에서 생각해 볼 만한 방법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Latour, Bruno (2005). Reassembling the Social: An Introduction to Actor-Network-Theory. Oxford University 
Press.

브루노 라투르 (2012).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이세진⋅김환석 옮김. 사월의 책.

브루노 라투르 (2016). 『 젊은 과학의 전선 – 테크노사이언스와 행위자 – 연결망의 구축』. 황희숙 옮김. 아카넷.

양재혁 (2017).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서구 근대성 개념 비판-행위자-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을 중심으로-. 서양사론, 141호, 109-135.

임지연 (2020). ANT(행위자-연결망 이론)를 통해 본 디자인 실험. 한국디자인사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이준석, 김연철 (2019). 사회이론의 물질적 전회(material turn): 신유물론(new materialism), 그리고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과 객체지향존재론(OOO). 사회와이론, 7-53.

 

*이준석, 김연철 (2019). 사회이론의 물질적 전회(material turn): 신유물론(new materialism), 그리고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과 객체지향존재론(OOO). 사회와이론, 7-53.

**중심점이 있다는 점에서 사회 네트워크 방법론과의 차이가 희석되지 않을까? 물론 비인격 개체를 노드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사회 네트워크 방법론과 차별화되기는 한다.

 


 

디자인사에 적용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을 알게된 것은 <디자인사학회>에서 임지연 선생님의 발표를 들었을 때이다. 선생님은 이 방법론에서 단서를 얻어 디자인사를 정의하기 이전에 디자인, 디자인사에서 하이브리드된 영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디자인사가 아직은 초기 단계의 학문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그 발생과정에서 은폐된 하이브리드적 영역을 발견하고 각 노드들 간의 네트워크 관계를 살펴보기에 좋은 영역일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은 준대상의로서의 공예를 설명하며 글렌 아담슨(Glenn Adamson)의 『공예의 발명(The Invention of Craft)』을 참고한다. 공예는 수작업, 장인정신, 순수함 등의 속성으로 설명되지만 아담슨은 한편으로 산업화 당시의 공장 시스템, 대량 생산, 노동 분업 등 새로운 생산 조건을 받아들이고 이에 따라 발명된 시대적 산물임을 강조한다. 이런 분업적 프로세스는 향후 디자인 과정 일반이 되었다. 또 공예엔 분업 외에 노동착취, 기계와의 유대 등도 포함될 수 있다. 곧 준대상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공예의 새로운 측면을 발견할 수 있고, 이처럼 공예에 관련된 많은 행위자들을 모아간다면 공예를 비롯한 모든 학문은 관념상의 이름이 아닌 자신의 실제적인 역사를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다.

 

디자인사를 정의하기에 앞서 먼저 디자인을 둘러싼 다양한 노드와 그 사이의 네트워크를 살펴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왜냐하면 디자인은 일종의 행위이자 활동으로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 회사, 사용자 등 다양한 사람이 관여하고 또 이론보다도 실무가 월등히 활발한 분야로 수많은 작업물들이 하나의 노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디자인된 제품은 비인간 개체로서 디자인 속으로 포괄되는 네트워크에서 다양한 노드가 될 것이며, 여기엔 디자이너가 직접 참여한 제품 외에도 일상사와 물질문명, 사물과 사람의 관계 등도 포함될 것이다. 

 

디자인사의 시작점에서 미술사가 포용하지 못하는 오브제를 취급하고 또 사물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방식도 포괄하며 디자인사의 방향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예술과의 관계, 일상사와 같은 역사학과의 차별점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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